EP.3 새로운 수호자
새로운 쿠킹비? 유령과의 만남.
블루 슈가 코브에 오면서 많은 쿠킹비들의 도움을 받거나 새로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들이 바다라고 부르는 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넓었고 모래사장은 보석함처럼 다양한 보물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모래사장을 파헤치고 바다에 뛰어들어 놀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는 시간까지 왔습니다. 바구니 가득 이미 넘친 재료들을 보며 [you]는 돌아가기로 합니다.
응?
블루 슈가 코브의 한구석, 수많은 쿠킹비들 사이에서 유독 [you]의 눈에 띄는 쿠킹비가 있었습니다.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그 쿠킹비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변의 쿠킹비들은 그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 앞에 서 있는 쿠킹비의 몸은 마치 투명한 것처럼 희미하게 비쳐 보였습니다. 꼭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호기심이었을까요?[you]는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쿠킹비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습니다.
내가 보여?
당연히 보이죠. 여기서 뭐 하세요?
정말 내가 보인다고? 와! 정말 멋지다! 나랑 놀아줄래?
네?
내 이름은 벨로라야! 나는 말이지, 여기 블루 슈가 코브의 수호자야!
수호자요? 그건 누미라랑 스위트 같은 쿠킹비들을 말하는 거잖아요.
누... 미라랑 스위트? 그건 누구야? 난 여기 수호자야! 아주, 아주 옛날부터 있었어~ 아무도 나를 못 보는 것 같아서 심심했는데, 너는 내가 보이잖아? 그러니까 나랑 놀아 주라!
저는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내가 도와줄게! 대신 나랑도 놀아줘! 응? 응? 말 상대만 해줘도 괜찮으니까 제발~! 나 너무너무 떠들고 싶단 말이야! 지금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엄청 말하고 싶었어!
네…
[you]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해변에 내려두었던 바구니를 들고 조용히 자리를 떠나려 했습니다.그 모습을 발견한 벨로라는 볼을 크게 부풀리며 빠르게 날아와 [you]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벨로라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자,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you]를 순식간에 집어삼켰습니다.
꼬르륵.
바다에 끌려가듯 물속으로 잠겨 버린 [you]는 겨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벨로라는 그런 [you]앞으로 날아와 밝게 웃었습니다.
재밌지? 재밌지? 이제 나랑 놀아줄 마음이 들어?
…재료가…
[you]의 말에 벨로라는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바구니와 재료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거두었습니다. 곧 당황한 기색으로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바다를 움직여 [you]를 모래사장 위로 내려주었습니다.
물에 흠뻑 젖은 [you]는 몸에 밴 물기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이 지나고, 벨로라는 바구니를 모래사장으로 가져다주었지만 안에 들어 있던 재료들은 깨지거나 물에 젖어 당장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ㅁ,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다시 구해줄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마…
알겠어요.
진짜 미안해! 그러니까 나 미워서 안 보겠다고… 응?
놀아드릴게요. 대신 재료를 구하는 걸 도와주세요.
진짜? 정말? 정말로?? 용서해 줄 거야?
네, 정말로요. 재료만 다시 구할 수 있으면 괜찮아요. 아까 파도를 타는 것도 당황스럽긴 했지만, 꽤 재밌었어요.
그거 어려운 거 아니라서 나중에 또 태워줄게!
일단 재료를 다시 구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와야 할 것 같아요. 같이 가요.
으음… 그건 안 돼. 난 블루 슈가 코브를 벗어날 수 없거든. 꼭 다시 와준다고 하면 기다릴게!
그럼 제가 빨리 다녀올게요.
[you]는 축축하게 젖은 바구니를 들고 블루 슈가 코브를 떠나 글라세 수역으로 향했습니다.뒤를 돌아보니 벨로라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you]도 손을 흔들어 답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어느새 물기를 머금었던 몸은 바람에 말라 있었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나무 그늘 사이를 걷는 이 길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문득 블루 슈가 코브에 홀로 남아 있을 벨로라를 떠올렸습니다.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면, 평생 바다만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걸까.그런 생각을 하며 글라세 수역에 들어선 [you]는 앤이 있을 젤리 가게로 향했습니다.
그 길목에서 스위트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도와주고 계셨나요?
네. 그런데 재료가 상해서 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구해 오겠다고 하려고요.
재료가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게…
[you]는 스위트에게 블루 슈가 코브에서 만난 벨로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스위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 번졌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you]에게 벨로라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세상에… 이건 누미라님께 말씀드려야겠네요. 일단 앤에게 다녀오신 뒤에 블루 슈가 코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저희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것을 당신이 발견해 주신 걸지도 몰라요.
네, 그럴게요.
스위트는 [you]에게 나중에 봐요,라는 말을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스위트가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던 [you]는 다시 젤리 가게로 걸음을 옮겼습니다.딸랑.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쿠킹비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앤은 능숙하게 계산대를 정리하며 크게 외쳤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 [you]잖아. 어때, 재료는 좀 구했어?
그게… 구했다가 망가졌어요.
뭐어~!?
[you]는 차분하게 블루 슈가 코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중간중간 앤은 손님들의 계산을 도와주었지만, 귀는 계속 [you]를 향하고 있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이야기가 끝나고 손님들도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한산해진 가게에서 앤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유령을 만났는데, 그 유령의 장난 때문에 재료가 전부 망가졌다는 거지? 으하하! 재밌네! 난 또 무슨 심각한 이야기인 줄 알았잖아! 괜찮아, 괜찮아. 재료야 다시 구하면 되는 거고~
괜찮아요?
괜찮고말고. 애초에 도와준 쿠킹비한테 험하게 말할 존재는 아니란 말이지, 나는. 그나저나 유령이라… 이 슈가렐에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건 나도 처음 듣는데?
슈가렐에는 유령이 없나요?
없지. 애초에 유령이라는 건 생명체가 죽은 뒤 그 잔해 같은 것이 떠도는 거잖아. 내가 읽었던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거든~ 쿠킹비들은 불멸에 불사인데 유령이 어떻게 생기겠어? 하지만 그 유령이 스스로를 수호자라고 말했다면서?
네. 블루 슈가 코브에서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고 그랬어요.
흠~ 수호자들은 마법의 힘을 다룰 수 있으니까. 어쩌면 유령처럼 수호자의 잔해 같은 것이 남은 걸지도 모르겠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는 수호자가 네 명이었다고 들었거든.
네 명이요?
그래. 누미라님은 수호자라기보다는 창시자지. 이곳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규칙을 세운 존재 말이야. 안젤리카가 나보다 오래 살아서 잘 아는데… 쩝. 어차피 블루 슈가 코브에서 스위트님을 만나기로 했다면서? 가서 물어봐. 수호자들은 기본적으로 쿠킹비들에게 마음이 약해서 부탁이나 질문은 대부분 다 들어주고 대답도 해주시거든.
알겠어요. 꼭 물어볼게요. 그럼 재료를 다시 구해서 올게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딸랑. 다시 가게의 문이 열리고 [you]는 앤에게 새로 받은 바구니 2개를 품에 안고 벨로라와 스위트가 기다리고 있을 블루 슈가 코브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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