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로 만들어진 교실에서 조용히 강의를 하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수강생 아니, 훈련생들은 전투를 시작하기 앞서 기초적인 훈련을 받는데, 이 때 무기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적은 어떤 약점이 있는지 여러 이론적인 지식을 흡수해야 했다. 뭣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적에게 반죽이 으깨지는 것은 쿠킹비 입장에서도 사절이었으니 다들 부지런히 필기를 하며 듣는다. 끝나고 평가를 한다고는 했으니 더욱 기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한 쿠킹비 빼고.
강의 시작하기도 훨씬 전에 들어와서 가장 뒷자리 책상을 차지하고 있던 유블리아는 책상에 늘어져 뒹굴거리고 있다. 주변 쿠킹비들이 흘긋 쳐다보다 다시 강의에 집중한다.
'저 쿠킹비는 알아서 하겠지' 란 무관심도 있었으나,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나머지 추가 수업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은 최대한 피하려는 몸짓이다.
교관에게도 안 보일 거라 생각한 그는 한껏 책상에 엎드려서 창문 밖으로 고요히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밖에는 새소리만이 들려올 뿐인 한적하고도 평화로운 시간에 그의 눈꺼풀은 서서히 감기기 시작한다.
"...생! 훈련생!"
짐짓 노한 듯한 말투가 옆에서 들려온다. 그는 느릿하게 옆을 돌아본다. 붉은 신체가 한껏 붉게 타오르는 듯 보였다.
"블러디 교관님. 좋은 아침~"
“다 아니까 자고 있겠지. 질문 하나 하지. 못 맞추면 훈련생은 바로 추가 수업 대상이다. 처치해야 할 적이 훈련생을 향해 돌진을 해오면 훈련생은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돌진을 그대로 맞고 공격합니다? 맷집으로 버티기 시전~”
다른 훈련생들이 킥킥 거리며 웃거나 억지로 웃음을 참는다. 교관의 얼굴은 더욱 붉어져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 폭발할 것만 같다.
“다들 이 훈련생처럼 하면 바로 반죽이 산산조각 난다. 명심하도록. 그리고 훈련생. 교육이 끝나면 남도록.”
“네에~”
블러디 교관이 다시 교탁으로 돌아가자 그는 댜시 원래의 상태, 책상에 늘어진 상태로 돌아왔다. 블러디 교관은 한 숨을 쉬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추가 수업은 진행할 예정이라, 그 때 단단히 정신 교육을 시켜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남은 강의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유블리아는 저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흐느적거리며 도시락을 받아 먹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후 훈련 장소인 훈련장 근처 계단에서 늘어지게 일광욕을 하였다. 마침 휴가를 나온 쿠킹비마냥 저리 평온할 수가 없다.
오전에는 이론 수업이었던 반해, 오후에는 직접 나무 무기를 들고 허수아비를 치는 훈련이 진행되었다. 물론, 스트레칭을 하거나 훈련장을 도는 훈련은 빠질 수 없는 묘미이다. 다른 쿠킹비들은 한창 앞서갈 때 유블리아는 뛰는 둥 마는 둥한 속도로 훈련장을 뛰고 있었다. 그도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으나, 달리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어 속도만 차이 날 뿐이다. 옆에서 같이 달리던 블러디 교관도 그를 독촉했지만 이 이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은 그에게서는 무리인 일이었다.
허수아비를 직접 쳐보기 직전, 훈련생들이 스스로 무기를 골라보는 시간에 그는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한참동안 찾았다. 이 무기는 너무 무겁고, 이 무기는 그가 사용하기 너무 빨랐다. 겨우 찾은 것이 길쭉한 나무를 부드럽게 깎은 막대기였다. 창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와는 달리 끝이 뭉특했다. 창은 다른 쿠킹비가 먼저 가져갔기에 어쩔 수 없이 그는 막대기를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와 별개로 막대기는 그의 손에 맞춘 듯 그립감이 좋았다.
‘이걸 밖에서 구할 수 있을까~?’
허수아비를 치는 유블리아의 폼은 형편없었다. 그립감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막대기를 휘두르는 자세가 불안정했으며, 종종 막대기에 너무 힘을 주어 휘두르는 바람에 자신의 머리에 막대기를 부딪히기도 했다. 블러디 교관은 몇 번이고 다리에 힘을 주고 막대기를 휘두르라면서 큰 소리로 훈계를 하였지만 그가 아무리 다리에 힘을 주어봐도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은 그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교관에게 말을 해서 무기를 바꾸어보기도 했었다. 수리검으로 바꾸어보아도 허수아비에 튕겨 자신에게 돌아오고, 나무로 만든 총을 써보아도 반동떄문에 뒤로 넘어지는 것도 허다했다. 교관도 그걸 쳐다보다가 한숨만 푹 쉬더니 차라리 처음에 선택했던 나무 막대기가 낫다고 할 정도로 재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