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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5일 11:51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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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5일 19:23 (3일 전) / 아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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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에게서 릉상흑수를 다루는 법을 배운 뒤로 [심설]은 밤낮없이 열심히 훈련했다. 처음에는 허수아비를 맞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 어깨가 올라가기도 했고, 활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화살이 비뚤게 날아가기도 했다. 어떨 때는 과녁의 정중앙은커녕 허수아비의 머리 위를 훌쩍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한참을 풀숲을 뒤져 화살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활을 들었다. 해가 뜨기 전에도, 해가 진 뒤에도… 발을 벌리고, 몸을 돌리고, 활을 들고 시위를 건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당긴다. 그리고… 놓는다. 처음에는 일일이 머릿속으로 되뇌어야 했던 동작들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직 백발백중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요즈음 들어서는 허수아비 한가운데에 박히는 화살도 간간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심설은 화살보다도 더 빠르게 달려가 박혀 있는 화살을 바라보며 혼자 뿌듯해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꼭두새벽. 아직 하늘은 짙은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고, 먼 산등성이 위로 해가 올라올 기색조차 없었다. 심설은 릉상흑수를 품에 안은 채 훈련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열 발쯤 더 쏘아보리라. 어제 일곱 번째 화살이 정곡에 꽂혔으니 오늘은 다섯 번째 안으로 맞혀보리라. …그런 생각들을 하며 훈련장에 들어서던 순간이었다. “ ……? ” 심설이 걸음을 멈췄다. 쿠킹비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낯익은 쿠킹비가. “ 블러디……?” 웬일로 이 꼭두새벽부터 블러디가 먼저 와 있었다. 심설은 잠시 놀란 얼굴을 하다가 곧 얌전히 두 손을 모았다. “ 아, 좋은 아침이옵니다. 간밤엔 안녕하셨는지요……? ”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이었다만… 대관절 블러디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심설이 인사를 끝내기도 전에 몸을 돌렸다. “ 따라와.” “ 예?” “ 오늘은 허수아비보다 좀 더 어려운 걸 맞히러 갈 거다.” 심설의 눈이 조금 커졌다. “ 허수아비보다 좀 더 어려운 것……?” 그것이 무엇인지 물으려 했으나 블러디는 이미 훈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잠시만 기다려주시와요……! ” 심설은 허둥지둥 릉상흑수를 고쳐 안고 그의 뒤를 따랐다. ㆍㆍㆍ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훈련장과 제법 떨어진 야생이었다 풀이 무릎까지 자란 평지. 습기를 머금은 흙에서는 새벽 특유의 냉기가 올라왔고, 이따금 풀잎 사이로 작은 벌레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심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처음에는 블러디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답은 금세 나타났다. 퉁— 무언가가 빠르게 풀밭 사이에서 튀어 올랐다. 반투명한 둥근 몸체, 말랑한 몸뚱이가 바닥을 누르듯 납작해졌다가 다시 둥글게 솟아오른다. 다름아닌 슬라임이었다. 한 마리. 심설은 릉상흑수를 꽉 끌어안았다. “ 설마……. ” “ 오늘은 처음이니 한 마리 정도로 봐주도록 하지. ” 블러디가 말했다. “ 공격성은 약하지만 절대 만만한 놈들은 아니야. ” 심설은 슬라임과 블러디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오늘 맞혀야 할 것은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바로 저것이다.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고, 자기 마음대로 빠르게 튀어 다니는 것… “ 소녀, 해내보겠사옵니다……!” 심설은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드디어 마주한 진짜 움직이는 상대였다. 허수아비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실패해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그러나… 저 슬라임은 아니었다. 심설은 릉상흑수를 들었다. 발을 벌리고 몸을 돌렸다.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당겼다. 처음 자세를 잡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동작이었다. “ ……. ” 블러디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심설의 시선이 슬라임을 따라갔다. 슬라임은 풀 사이를 폴짝폴짝 움직이고 있었다. 왼쪽, 오른쪽, 앞, 다시 왼쪽… 그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 심설의 활도 따라서 움직였다. “ …….” 지금, 아니다… 조금 더. 지금……! 퉁――! 화살이 날아갔다. 푹! 슬라임이 있던 자리의 흙에 박혔다. 슬라임은 이미 옆으로 두 번이나 튀어간 뒤였다. “ 아……. ” 심설이 입을 살짝 벌렸다. “ 빗나갔사옵니다. ” “ 봤어. ” 블러디의 대답은 무심했다. 심설은 곧장 두 번째 화살을 꺼냈다. “ 다시 하겠사옵니다. ” 이번에는 더 신중하게, 슬라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눈을 크게 떴다. 오른쪽, 왼쪽, 멈췄다. 그리고 심설이 시위를 놓았다. 퉁—! 그러나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슬라임은 또다시 앞으로 튀었다. 화살은 슬라임의 뒤를 스치듯 지나가 풀밭에 꽂혔다. “ ……또. ” 세 번째. 퉁—! 빗나갔다. 네 번째. 퉁——! 이번에는 꽤 가까웠지만 슬라임이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는 바람에 화살촉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다섯 번째에 들어서도 여전히 실패였다. 심설의 얼굴에서 처음의 들뜬 기색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 이상하옵니다……. ”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허수아비라면 이 거리에서는 절반 이상 맞힐 수 있었다. 그런데… 슬라임은 달랐다. 정확히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면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 시선이 늦어. ” 블러디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심설이 돌아봤다. “ 늦사옵니까…? ” “ 넌 계속 슬라임이 있는 곳만 보고 있다. ” “ 그것이 잘못된 것이옵니까? ” “ 가만히 서 있는 놈이라면 맞을 거다. ” 블러디가 슬라임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 근데 저건 움직이지. ” “ ……. ” “ 네 화살도 활에서 나가는 순간 바로 꽂히는 게 아니야. 날아가는 시간이 있어. ” 심설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블러디가 계속 말했다. “ 지금 있는 데를 쏘지 마. ” “ 그렇다면, 어디에……. ” “ 갈 곳. ” 심설의 눈이 슬라임에게 돌아갔다. “ 저놈이 어디로 움직일지 봐. ” “ 움직일 곳을…….” 심설은 다시 활을 들었다. 이번에는 곧장 쏘지 않았다. 슬라임을 가만히 바라봤다. 폴짝, 폴짝… 멈춤. 다시 폴짝! 좌우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미묘한 규칙이 있었다. 몸을 눌렀다가 튀어 오른다. 튀기 직전에는 몸이 살짝 찌그러진다. 방향을 바꿀 때는 움직임이 아주 잠깐 느려진다. 심설의 눈이 가늘어졌다. 화살을 걸었다, 그리고 시위를 당겼다. 슬라임이 왼쪽으로 튀었다. 심설은 슬라임을 따라 활을 움직였다. 또 왼쪽, 한 번 더. 그 순간 심설이 활의 방향을 아주 조금 앞쪽으로 옮겼다. 퉁――! 화살이 날아갔다. 하지만… 푸욱—! 이번에도 빗나갔다. 다만 전과는 달랐다. 화살은 슬라임이 지나간 뒤가 아니라, 슬라임이 향하던 바로 앞쪽에 박혔다. 슬라임은 화살을 피하듯 급히 방향을 틀었다. 심설의 눈이 커졌다. “ ! 거의……. ” “ 그래. ” 블러디가 짧게 말했다. “ 방금 건 나쁘지 않았다.” 심설은 금세 자세를 바로 했다. “ 다시 하겠사옵니다. ” 화살을 꺼낸다. 건다, 당겼다. 이번에는 시선이 달랐다. 슬라임의 몸 자체만을 보지 않았다. 주변의 지형과 움직임을 함께 봤다. 왼쪽에는 돌이 있었고 오른쪽은 풀이 낮았다. 슬라임은 방금부터 장애물이 적은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폴짝, 오른쪽. 폴짝, 또 오른쪽. 심설이 숨을 들이켰다. 그때 슬라임이 몸을 낮췄다. …튈 것이다. 심설은 순간적으로 활을 조금 옮겼다. 하지만 시위를 놓지 않았다. “ ……. ” 슬라임은 예상과 다르게 왼쪽으로 튀었다. “ 아. ” 심설은 당기고 있던 시위를 천천히 풀었다. 블러디가 말했다. “ 왜 안 쐈지?” “ 소녀가 틀렸사옵니다.” “ 뭐가. ” “ 움직일 곳을 잘못 보았사옵니다. ” 블러디는 잠시 말이 없었다. “ 그럼 안 쏘는 게 맞다. 잘했어. ” 심설은 다시 화살을 걸었다. “ 맞히려고 아무 때나 쏘지 마. 확신이 없으면 기다려. ” “ 예. ” “ 움직이는 표적 상대로는 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심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활을 들었다. 시위를 당겼다. 이번에는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라앉았다. 처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맞혀야 한다, 빨리 맞혀야 한다, 그런 조급한 생각도 조금씩 흐려졌다. 대신 슬라임만을 바라봤다. 몸이 눌린다. 튄다. 착지한다. 다시 눌린다. 움직인다. 심설은 호흡을 죽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슬라임이 오른쪽으로 튀었다. 다시 오른쪽. 그 앞에는 낮은 바위가 있었다. 방향을 바꾸거나, 바위를 넘어야 한다. 심설의 활끝이 바위 옆 빈 공간을 향했다. 슬라임이 몸을 눌렀다. 다음 순간… 왼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심설의 눈이 움직였다. 바로 저기다. “ ……. ” 손가락이 열렸다. 퉁――!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순간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활을 떠난 화살이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른다. 슬라임이 튀어 오른다. 그리고… 푹! 화살촉이 반투명한 몸통을 정확히 꿰뚫었다. “ ……! ” 슬라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튀어 오르려던 움직임이 멈췄다. 몸체가 바닥에 무너지듯 내려앉았다. 심설은 활을 든 채 그대로 굳었다.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제가 맞힌 것이 맞는지 확인하듯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 천천히 활을 내렸다. “ ……적중했사옵니까? ” 블러디가 슬라임을 한번 보고 심설을 바라봤다. “ 눈 있는데 왜 물어.” “ 적중했사옵니다…….” 심설은 혼잣말처럼 다시 말했다. 그제야 표정이 환해졌다. “ 소, 소녀가 맞혔사옵니다…! ” “ 소리 낮춰.” “ 아. ” 심설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입꼬리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녀는 슬라임 쪽으로 달려가려다 두 걸음 만에 멈췄다. 그리고 블러디를 돌아봤다. “ 가도 되옵니까? ” “ 죽었는지 확인부터 해.” “ 아, 예…! ” 심설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화살은 슬라임의 몸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었다. 허수아비와는 전혀 달랐다. 조금 전까지 움직이던 것, 제멋대로 튀어 다니며 그녀의 화살을 몇 번이고 피해갔던 것. 심설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한동안 바라봤다. 조금 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슬라임을 쫓지 않았다. 기다렸다. 움직임을 봤다, 방향을 생각했다. 그리고 움직일 곳으로 화살을 보냈다. “ ……. ” 심설은 릉상흑수를 내려다봤다. 손에 익은 검은 활대. 예전에는 그저 소중해서 품에 안고만 다녔던 무기였다. 이제는 조금씩… 정말로 무기로서 다룰 수 있게 되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블러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 좋아하지 마.” 심설이 돌아봤다. “ 고작 한 마리 맞혔다. ” “ ……예! ” “ 실전에서는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고, 네 쪽으로 달려들 수도 있고, 저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 심설은 잠자코 들었다. “ 오늘은 네가 멈춰 서서 준비할 시간도 있었지.” “ 그렇사옵니다. ” “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 심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릉상흑수를 꼭 쥐었다. “ 그러면, ” 블러디가 눈을 들었다. “ 다음에는 그것도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 “ …….” 심설은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 “ 오늘은 움직이는 것을 맞히는 법을 배웠으니, 다음에는 움직이며 맞히는 법을 배우고 싶사옵니다.” 블러디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슬라임에 박힌 화살을 가리켰다. “ 일단 네 화살부터 챙겨. ” “ 아. ” 심설은 급히 화살을 뽑았다. “ 송구하옵니다.” “ 그리고… ” “ 예? ” “ 오늘 한 마리로 끝낸다고는 했지. ” 심설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 그러면 이제 돌아가는 것이옵니까? ” 블러디가 몸을 돌렸다. “ 누가 돌아간댔냐? ” “ ……예?” “ 한 마리 잡는 건 끝났고… ” 그가 조금 떨어진 풀숲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슬라임 두 마리가 느릿하게 기어 나오고 있었다. “ 이제 두 마리다. ” 심설의 얼굴이 굳었다. “ ……처, 처음이니 한 마리 정도로 봐주신다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 “ 한 번은. ” “ 그 말씀은…….” “ 다음부터는 아니란 소리다. ” “ ………….” 심설은 잠시 말없이 블러디를 바라봤다. 그러다 조용히 릉상흑수를 들었다. 화살을 꺼냈다,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해보겠사옵니다. ” 이번에는 처음처럼 들떠 있지 않았다. 대신 조금 전보다 훨씬 단단한 눈으로… 심설은 다시 움직이는 표적을 바라봤다.
블러디 너무 잘생겼어……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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