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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푸른빛을 머금은 하늘이 드넓게 펼쳐지고, 하늘을 동경해 그 빛을 따라 품은 바다가 잔잔히 넘실거린다. 햇빛은 바다를 비춰주어 하늘은 갖지 못하는 눈부심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하늘마저 바다를 동경하게 되었지 않았을까.
바케쿠지라는 하얀 쿠킹비와 함께 블루 슈가 코브로 도착하였다. 블루 슈가 코브의 풍경을 보니 마치 이곳이 제 고향이었던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무언가 달라 보였다. 이렇게 반짝거리는 해면과 화사한 푸른빛이 아닌 조금 더 깊은 곳,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내려가 한 없이 시리고 차가운 곳이...
공허한 눈으로 바다를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자니, 다리에 무언가 닿는 감촉이 전해져 왔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니 하얀 쿠킹비가 바케쿠지라의 다리를 잡고 고개를 쭉 올려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대해 무슨 일이야? 라고 상냥하게 물어보는 것대신 하얀 쿠킹비 또한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하얀 쿠킹비는 손을 쭉 뻗어 옆을 가리켜보았다.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하얀 쿠킹비가 가리킨 곳을 천천히 바라보니 그곳에는 높은 나무 위에 열린 바나나가 있었다.
"저거 따주세요."
순간, 내가 왜? 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하얀 쿠킹비의 작은 몸으로는 올라가기 힘들 정도의 높은 나무였기에 귀찮게 물어보는 행동의 필요성은 금방 증발하고 말았다. 길만 알려주고 떠날 예정이었기에 이렇게 어울릴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바나나가 열린 나무의 옆까지 와 적당히 손을 뻗더라도 바나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무를 오르자니 생각보다 튼튼해 보이지 않는 나무였기에 덩치 큰 쿠킹비인 바케쿠지라가 올라탔을 경우 불행하다면 뚝, 하고 끊어질 것만 같았다. 결국 애먼 바나나만 끝없이 바라보다 덩치만큼이나 큰 꼬리로 나무의 가장 튼튼해 보이는 부분을 가격해 보았고 그로 인해 나무는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충격을 거스를 수 없는 바나나는 곧이어 우수수, 하고 땅으로 곤두박이칠 쳤으며 그 모습에 하얀 쿠킹비는 와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바나나가 모두 땅으로 떨어지니 하얀 쿠킹비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도 모를 바구니를 들고 오더니 바구니 안에 바나나를 하나씩 차곡차곡 넣기 시작하였다.
이제 됐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야 말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던 바케쿠지라였지만 느릿하게 한 발자국 내딛어보니 다시 제 다리를 잡는 듯한 감촉이 전해져 왔고 아니나 다를까 하얀 쿠킹비가 또다시 고개를 쭉 뻗어 바케쿠지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번에는 또 왜."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였지만 하얀 쿠킹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다른 곳을 가리켜보았고 그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이번에는 키위가 열린 나무가 있었다.
"저것도 따주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바구니 터져라 바나나를 담고 있더만 이제 키위까지 따달라고 하는 걸 보니 바케쿠지라는 이 하얀 쿠킹비가 잼을 얼마나 먹을 생각인지 감도 안 잡히고 말았다. 애초에 저만한 양이 저 작은 몸에 다 들어가기야는 하나?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제 꼬리로 하얀 쿠킹비를 옆으로 치우고 자리를 옮길까 싶기도 하였지만 키위 몇 개 따주는 게 그렇게 수고스러운 일도 아니니 바케쿠지라는 어깨만 축 늘어트린 채 키위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도와주는 바케쿠지라를 보고 있는 하얀 쿠킹비는 그저 맛있는 잼을 잔뜩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생각에 히히, 하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