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새 푸른 풍경
모르는 이에게 책을 떠받았다.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이 피어오르는 책. 필요 없다고 말할 틈도 없이 그는 책을 건네주었고, 그걸 또 바보 같이 받아버렸다. 불평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어두운 숲을 나온 지 한참이 지났으니까.
삶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입에 거짓말을 담은 적 없는 이가 존재할까. 만약 그런 이가 존재한다면 그와 반대로 삶 자체가 거짓말로 이루어진 이도 존재하겠지.
'너는 어느 쪽인가?'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는 진실된 삶을 살았는가?'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거짓을 입에 담지 않았다 하여 그것이 정말로 진실된 삶일까.
'너는 거짓된 삶을 살았는가?'
진실을 외면하고, 깊숙한 곳에 묻은 채 살아간 것을 거짓된 삶이라 부를 수 있는 걸까.
"나는... ..."
언제부터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흐릿한 기억의 첫마디는 시릴 정도로 새 푸른 풍경에 잠겨 있었으며, 언제까지나 외롭고 고독한 날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행동이 느려지고, 생각 또한 느려진다. 빛조차도 담을 수 없는 탁한 두 눈은 무엇을 바라볼 수 있는가. 어디까지 바라보아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따스한 햇살마저 차게 식은 제 몸은 품어줄 수 없으며, 찬란한 달빛 또한 이런 나에게 빛 한줄기 주지 않았다.
"나는 대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시간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버렸다. 더 이상 고칠 수도 없이 녹이 슬었으며, 더 이상 교체할 수 있는 부품도 이곳에 존재 하지 않는다. 쓸모를 잃은 것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저 이대로 이곳에 남아도 괜찮은 걸까.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 적도 없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점점 망가지는 기분이다. 삶이 품고 있는 의미가 퇴색해지고, 가라앉고, 내게서 떠나간다.
'거짓말.'
손에 든 '검은 책'의 백지가 검게 물들어 간다.
'거짓말.'
검게 물든 종이 위에 붉은 글씨가 새겨진다.
'거짓말이야.'
백지가 하나, 둘, 물들어 간다. 그 위에 붉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간다.
'이미 알고 있잖아.'
무엇을?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데? 내가 아는 것 따윈 없어. 네가 누군데 그걸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야.
'이미, 알고 있잖아.'
공허한 눈으로 책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육지에 서있음에도 바다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기분. 더 이상 빛마저 바라볼 수 없게 될 것만 같을 때, 제 다리에 누군가 손을 얹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괜찮아요?"
시선을 조금 더 내려 바닥을 보니 흰 쿠킹비가 고개를 올려 바라봐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순진무구한 얼굴에 걱정이 서려있었다.
'잘 모르겠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말을 내뱉으면 책이 또다시 검게 물들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모든 것이 부정당할까 봐.
"... ... 괜찮지 않아. 전혀, 전혀 괜찮지 않은 것 같아."
스스로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온다. 우는 법 따위 모르니 이러는 걸까. 그럼에도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려왔으며, 모습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이미 가라앉은 것은 위로 올라갈 수 없고, 시리도록 새 푸른 풍경마저 빛을 잃어 점점 어두워진다. 주변에 그 누구도 남지 않을 것이며, 언제까지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세상과 멀어질 것이다. 그것은 진실과 거짓으로 나눌 수 없는 공허하고 허무한 삶이겠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바케쿠지라를 빤히 보고 있던 흰 쿠킹비는 잡고 있던 바케쿠지라의 다리를 조심히 안아주었다. 그런 흰 쿠킹비의 행동에 바케쿠지라는 그를 가만히 보더니 옅게 흰 쿠킹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책은, 더 이상 검게 물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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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 한국거대까마귀
/ 프롬프트 [일식] 여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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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일: 2일 전 ・
최종 수정일: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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