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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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받기 위해 블러드를 찾아갔던 라흠의 흑임자색 앞발에 훈련용 검이 놓여진다. 어정쩡한 자세를 지적당하고, 고쳤다. 그렇게 가장 기초가 되는 기본 훈련을 했다. 훈련용 검을 잡고, 나무 인형을 향해 휘둘렀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라흠은 본격적으로 몬스터를 대면하는 훈련까지 해내었다. 물론 그동안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어느 날, 흑임자 팬을 열심히 휘두르며 훈련하던 훈련생에게 블러디는 말했다. 이제 마지막 과제를 줄 것이며, 너를 실전에 투입하겠노라고. 라흠은 당황했다. 슬라임을 잡았던 게 엊그제 같았고, 정말 힘겹게 잡았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실전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져 다소 멍청한 표정으로 블러디를 바라보자, 잠시 뭐라 말하려다가 꾹 참는 듯 보였다. 분명 화를 내려다가 참은 것이겠지. 당장 라흠은 양 앞발로 프라이팬이 제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꼭 쥐고 불안한 눈빛으로 블러디를 계속 바라보았다. 마치 정말 나를 실전에 투입할 것이냐고, 나는 아직 실전에 투입될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하지만 라흠은 훈련생이었고, 그런 라흠의 눈앞에 서 있는 블러디는 교관이었다. 그것도 아주 단호한. 블러디는 교관으로서 이 울보 훈련생이 1쿠킹비 몫은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려면 계속 이렇게 기초적인 훈련만 할 게 아니라 이 훈련장에서 내보내서 야생 몬스터 하나라도 잡아 오게 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블러디는 이 울보 훈련생, 라흠을 훈련장 바깥으로 내보냈다. …내보냈다기보다는 쫓아냈다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라흠이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릴 곳으로 아주아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수풀이 무성한 베리 수림이다. 어쩐지 저 수풀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절대 빈손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수림에 발을 들여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아 오는 것뿐. 다행히도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아 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흑임자팬을 꼭 쥐고 한걸음, 한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베리 수림의 수풀과 덩굴 사이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헤쳤다. 안쪽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음에도 혹여나 놓칠세라 흑임자팬을 꽉 쥐고 있었다. 어찌나 긴장하고 힘을 주었는지 그 탓에 상체가 덜덜 떨렸다. 그래도 열심히 귀를 쫑긋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이 근처에 저를 노리는 몬스터가 숨어있을지를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바깥 부분은 쿠킹비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가 간간이 작은 생물들이 보이는 것 말고는 없었다.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비해 굉장히 크나큰 발전이었으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것이 야생 몬스터들에게 제가 여기에 있어요. 제발 저 좀 찾아와 주세요,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흠은 열심히 놀라며 주변을 살폈다. 제법 안쪽까지 들어왔는지 나무와 덩굴로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길을 잃을지 걱정되긴 했지만-이미 잃었다.-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블러디에게 혼날게 더 무서웠기에 열심히 살폈다. 같이 와달라고 할 걸, 후회했다. 그러나 라흠이 몰랐던 게 있다. 블러디는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것을. 블러디는 라흠의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는데 잔뜩 긴장했던 탓에 몰랐던 것이다. 블러디는 그 모든 모습을 봤고,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무 사이로 꽤나 민첩하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 움직임을 따라 나무가 울리고 제법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아까부터 계속 작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라흠은 그 소리를 따라왔다. 평소 몬스터들에 대해 공부는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그 소리가 베리꿍이 나무에 머리를 박는 소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추측은 맞았다. 라흠이 잔뜩 긴장한 채 나무에 머리를 박고 있는 베리꿍을 보았고, 제법 커 보이는 것이 성체인 듯싶었다. "…내가 저 베리꿍을 잡을 수 있을까." 작게 혼자 중얼거리며 베리꿍이 박치기를 하는 것을 가만히 보기만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흑임자팬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베리꿍에 의해 고통받는 나무의 옆에 늘어선 다른 나무들 중 하나를 골라 베리꿍의 시야가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나무를 탔다. 나무를 타던 도중 삐끗하기도 하고, 입에 문 흑임자팬을 놓쳐버릴 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실수하나 없이 나무 위에 도착했다. 이제 옆 나무로 넘어가기만 하면— 올라갈 때는 문제 없던 뒷다리가 미끄러져 버려 라흠은 그만 베리꿍의 위로 떨어져 버렸다. 제법 높은 나무였기에 떨어지는 데에 아주 약간의 시간은 있었다. 그러니까 입에 문 흑임자 팬을 두 앞발로 잡을 만큼의 찰나 정도는 있었다는 것이다. 라흠은 공포에 두 눈을 꾹 감고 몸을 회전하듯 돌리며 떨어지기 전, 그리고 떨어지면서 보았던 베리꿍의 위치를 감으로 가늠하며 후라이팬을 꼭 쥐었다. 놓치지만 않으면 돼. 놓지만 않으면 돼. 놓치지만 않으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베리꿍이 외마디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고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스스로가 직접 힘을 조절하며 나무에 머리를 박는 것과, 제삼자가 단단한 물건을 가지고 위에서 떨어지며 그걸 머리에 직격으로 맞는 것은 차원이 달랐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으리라. 베리꿍이 완충제 역할을 하였기에 라흠은 크게 다친 곳 하나 없이 바닥을 굴렀다. 그렇다고 해서 충격 하나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야야, 하고 짧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운이 좋았다. 충격 탓에 앞 발이 저릿저릿하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베리꿍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기절했다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깨어날지 몰라 주변의 덩굴을 그러모으다가, 이제는 익숙해진 짙은 붉은색의 쿠킹비를 발견했다. 덩굴을 잡아당기다가 다소 멋없게 뒤로 구르자, 그제서야 라흠의 시야에 블러디가 보였다. 어, 어어...!? 라흠이 놀라 벌떡 일어나자, 블러디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울보에 겁쟁이기까지 한 녀석이 그래도 이렇게 야생 몬스터 하나를 잡은 것을 보니 기분이 참 싱숭생숭했다. 잡긴 잡았다만… 이걸 졸업시켜 말아? "베리꿍.. 자, 잡았어요……." 한숨을 푹 쉬는 블러디를 본 라흠이 황급히 뒤쪽의 기절한 베리꿍을 열심히 낑낑거리며 끌고 왔다. 분명히 본인 스스로 잡은 것은 맞았다. 온전한 제 실력이 아니라 그저 운이 굉장히 좋아 해낸 것뿐이라, 잘해냈는지에 대해 아주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듯 우물쭈물하며 계속해서 블러디의 눈치를 살폈다. 다시 잡아오라고 하면 어떡하지? "저, 해낸거 맞죠……?" 블러디는 말했었다. 어떤 방식이든 상관 없다고, 그저 몬스터를 잡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얼렁뚱땅일지는 몰라도 제 눈 앞의 저 울보 쿠킹비는 제대로 해낸 것이 맞았다. 블러디의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다소 떨떠름 했지만 라흠의 물음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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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자 그림자 / 프롬프트 [전투] 실전 투입
제출일: 2일 전최종 수정일: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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